[백]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입당송
요한 1,1 참조
한처음 시간이 생기기 전, 말씀은 하느님이셨네. 그 말씀이 세상의 구원자로 태어나셨네.
본기도
하느님, 성자를 통하여 온 인류에게 영원한 빛을 보여 주셨으니 하느님 백성이 구세주의 찬란한 빛을 받아 영원한 영광의 빛에 이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합니다.>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4,19―5,4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하느님을 19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20 누가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21 우리가 그분에게서 받은 계명은 이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1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사람은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그 자녀도 사랑합니다.
2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계명을 실천하면,
그로써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3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계명은 힘겹지 않습니다.
4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세상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긴 그 승리는 바로 우리 믿음의 승리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72(71),1-2.14와 15ㄷㄹ.17(◎ 11 참조)
◎ 주님, 세상 모든 민족들이 당신을 경배하리이다.
○ 하느님, 당신의 공정을 임금에게, 당신의 정의를 임금의 아들에게 베푸소서. 그가 당신 백성을 정의로, 가련한 이들을 공정으로 다스리게 하소서. ◎
○ 그의 눈에는 그들의 피가 소중하기에, 그는 억압과 폭행에서 그들의 목숨을 구하리이다. 사람들이 그를 위하여 늘 기도하며, 날마다 축복하게 하소서. ◎
○ 그의 이름 영원히 이어지며, 그의 이름 해처럼 솟아오르게 하소서. 세상 모든 민족들이 그를 통해 복을 받고, 그를 칭송하게 하소서. ◎
복음 환호송
루카 4,18
◎ 알렐루야.
○ 주님이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 알렐루야.
복음
<오늘 이 성경 말씀이 이루어졌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4,14-22ㄱ
그때에 14 예수님께서 성령의 힘을 지니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니,
그분의 소문이 그 주변 모든 지방에 퍼졌다.
15 예수님께서는 그곳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칭송을 받으셨다.
16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자라신 나자렛으로 가시어,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경을 봉독하려고 일어서시자,
17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가 그분께 건네졌다.
그분께서는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러한 말씀이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
18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19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20 예수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주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
2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22 그러자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예수님께서 나자렛 회당에 들어가시어 희년을 선포하신다.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고 늘 하시던 대로 회당의 예절을 따라 움직이셨다. ‘늘 하시던 대로’…. 삶은 이미 살아온 것들과 살아간 방식의 되풀이로 단조롭고 삭막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아갈 것이다, ‘늘 하던 대로’ 말이다. 그런 반복의 삶 한가운데 예수님은 외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이 말씀은 이사 61,2의 말씀인데, 예수님께서는 그대로 읽지 않으시고 한 대목을 빼놓고 읽으셨다. “우리 하느님의 응보의 날을 선포하고….”(이사 61,2) 예수님께는 ‘응보의 날’이 필요치 않았다. 이 세상에 구원을 주러 오신 예수님에게 심판과 징벌은 너무나 먼 이야기가 된다. 늘 하던 삶을 살아 내는 게 구원이다. 그 삶의 자리 한가운데 예수님은 구원이란 걸 선포하셨다. 뭔가 새롭고 화려하고 있어 보이는 구원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오늘, 바로 지금, 나는 이 삶을 구원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걸까. 일찌감치 단조롭다고 해석해 버린 내 삶을 나의 눈으로 보는 게 아닌,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 그게 구원이 아닐까. 예수님 눈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은혜롭길, 팍팍하고 힘겨운 삶에 그 어떤 심판도, 징벌도 비켜 가길 바라는 축복이 스며들어 있음을 소중히 믿어 본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놀라운 교환의 신비를 이루시어 주님께 받은 것을 바치는 저희가 주님을 합당히 모시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주님 공현 감사송 :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오늘 그리스도를 통하여 저희 구원의 신비를 밝혀 주시고 그분을 인류의 빛으로 드러내 주셨나이다.
또한 그리스도를 죽음의 운명을 지닌 인간으로 나타나게 하시어 그분께서 지니신 불사불멸의 힘으로 저희에게 새 생명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3,16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거룩하고 신비로운 이 성사의 힘으로 언제나 저희 생명을 보호하여 주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고향 나자렛에서 밝히신 당신 공생활의 출사표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이어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의 눈길이 당신께 향하고 있을 때 짧은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4,21).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설명하시지 않았습니다. 성령으로 충만하신 가운데 사람들을 찾아 나서신 당신 사랑의 행보와 더불어 ‘지금 여기에서’ 그것이 실현되고 있음을 밝히셨습니다. 가난한 이들, 잡혀간 이들, 눈먼 이들, 억압받는 이들은 저마다 사정은 다를지라도 모두 감내해야 할 삶의 무게가 만만하지 않은 이들입니다. 그러기에 체념과 포기 한편에 또 그만큼의 간절함을 품고 살아왔겠지요. 예수님의 말씀에서 얼마나 많은 이가 감격과 위안을 느꼈을지 짐작이 갑니다.
한 달에 한 번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에 미사를 갑니다. 그때마다 열 분 조금 넘게 미사에 오십니다. 귀가 어두운 분들이 많아 제가 목소리를 높여 경문을 읽으면 그분들도 큰 소리로 우렁차게 화답해 주십니다. 치매 어르신들이 많은데도 기도문은 참 잘 외우십니다. 신앙의 신비입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에 우리는 또 힘을 내어 서로 사랑합니다.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