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1주간 목요일
입당송
나는 드높은 어좌에 앉아 계신 분을 보았네. 천사들의 무리가 그분을 흠숭하며 함께 노래하네. 보라, 그분의 나라는 영원하리라.
본기도
주님, 주님 백성의 간절한 기도를 자애로이 들으시어 저희가 해야 할 일을 깨닫고 깨달은 것을 실천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오늘”이라는 말이 들리는 한 여러분은 서로 격려하십시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3,7-14
형제 여러분, 7 성령께서 말씀하시는 그대로입니다.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를 듣거든
8 마음을 완고하게 갖지 마라, 광야에서 시험하던 날처럼, 반항하던 때처럼.
9 거기에서 너희 조상들은 내가 한 일을 보고서도 나를 떠보며 시험하였다.
10 사십 년 동안 그리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 세대에게 화가 나 말하였다.
‘언제나 마음이 빗나간 자들, 그들은 내 길을 깨닫지 못하였다.’
11 그리하여 나는 분노하며 맹세하였다.
‘그들은 내 안식처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12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는 믿지 않는 악한 마음을 품고서
살아 계신 하느님을 저버리는 사람이 없도록 조심하십시오.
13 “오늘”이라는 말이 들리는 한 여러분은 날마다 서로 격려하여,
죄의 속임수에 넘어가 완고해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도록 하십시오.
14 우리는 그리스도의 동료가 된 사람들입니다.
처음의 결심을 끝까지 굳건히 지니는 한 그렇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5(94),6-7ㄱㄴㄷ.7ㄹ-9.10-11(◎ 7ㄹ과 8ㄴ)
◎ 오늘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 어서 와 엎드려 경배드리세. 우리를 내신 주님 앞에 무릎 꿇으세.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 우리는 그분 목장의 백성, 그분 손이 이끄시는 양 떼로세. ◎
○ 오늘 너희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므리바에서처럼, 마싸의 그날 광야에서처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거기에서 너희 조상들은 나를 시험하였고, 내가 한 일을 보고서도 나를 떠보았다.” ◎
○ 사십 년 그 세대에 나는 진저리가 나서 말하였다. “마음이 빗나간 백성이다. 그들은 내 길을 깨닫지 못하였다.” 나는 화가 치밀어 맹세하였다. “그들은 내 안식처에 들지 못하리라.” ◎
복음 환호송
마태 4,23 참조
◎ 알렐루야.
○ 예수님은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백성 가운데 병자들을 모두 고쳐 주셨네.
◎ 알렐루야.
복음
<그는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40-45
그때에 40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41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42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43 예수님께서는 그를 곧 돌려보내시며 단단히 이르셨다.
44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45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나병 환자로 번역한 ‘레프로스’는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나병(한센병)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뜻하지 않게 겪어야만 하는 수많은 피부병을 일컫는 ‘레프로스’는 사회적 단절의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폭력의 대상이기도 했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조그만 피부병에도 아연실색하며 비난과 배척의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그들의 건강은 실은 사회적 질병의 항원이었다.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치유하시는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하늘 나라를 가리키는 징표로 작동한다. 하여, 치유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하늘 나라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사제에게 가서 치유된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치게 하셨다. 나병 환자가 더 이상 환자로 비난받지 않기를, 그리하여 나병 환자를 멀리한 유다 사회가 비난과 냉소의 질병에서 오히려 치유되기를 바라는 예수님의 의중이 읽힌다. 하늘 나라는 스스로 건강하다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서로가 치유의 눈으로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친교의 공동체이다.
이제 나병 환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하늘 나라에 대한 확신이 차고 넘칠 때, 우리가 갈라 놓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 생각하자고. 우리가 내친 사람들과 사상들과 사건들을 다시 묻고 사유하자고. 나병 환자는 친교를 살지 못하는 우리의 반성이고 친교를 살아갈 미래 교회의 희망이다. 우린 과연 나병 환자보다 깨끗하고 건강한가….
예물 기도
주님, 주님의 백성이 드리는 이 제물을 기꺼이 받으시고 저희를 거룩하게 하시어 저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36(35),10 참조
주님, 당신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저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나이다.
<또는>
요한 10,10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성체로 새로운 힘을 얻고 간절히 바라오니 저희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며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을 찾아와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도움을 청합니다. 레위기 13장에 따르면, 악성 피부병이 생겨 사제가 부정한 이로 선언하면 병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콧수염을 가리고 스스로 ‘부정한 이’라 외친 뒤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합니다. 율법에 따라 인간계에서 배제되었던 이가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 경계를 넘어 찾아온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내치시지 않았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1). 이것이 바로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어루만지시며 하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그를 고쳐 주신 뒤 단단히 이르십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여라]”(1,44). 레위기 14장에 따르면, 악성 피부병 환자가 병이 나으면 사제에게서 정결한 이로 선언받고 정결례와 속죄 예식을 거행한 다음에야 진영 안, 곧 자신의 공동체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처지가 워낙 좋지 못하여 당장은 율법을 어기고 넘어온 그를 받아 주셨지만 치유된 다음에는 율법을 통한 회복의 절차를 밟게 하신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히 이르셨지만, 그는 떠나가서 이 일을 퍼뜨립니다. 예루살렘 입성 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루카 19,40). 구세주를 만난 이, 구원받은 이의 환호성을 어느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가톨릭 성가』에 있는 성가곡의 노랫말도 함께 떠오릅니다. “세상에 외치고 싶어 당신이 누구신지 / 세상에 외치고 싶어 주의 크신 사랑.” 아직까지 주님을 전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까지도 주님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