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주간 목요일
입당송
시편 66(65),4 참조
하느님, 온 세상이 당신 앞에 엎드려 당신을 노래하게 하소서. 지극히 높으신 분, 당신 이름을 노래하게 하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하늘과 땅을 다스리시니 저희 기도를 인자로이 들으시어 이 시대에 하느님의 평화를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한 번에 다 이루셨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7,25―8,6
형제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25 당신을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을 언제나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늘 살아 계시어 그들을 위하여 빌어 주십니다.
26 사실 우리는 이와 같은 대사제가 필요하였습니다.
거룩하시고 순수하시고 순결하시고 죄인들과 떨어져 계시며
하늘보다 더 높으신 분이 되신 대사제이십니다.
27 그분께서는 다른 대사제들처럼 날마다 먼저 자기 죄 때문에 제물을 바치고
그다음으로 백성의 죄 때문에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으십니다.
당신 자신을 바치실 때에 이 일을 단 한 번에 다 이루신 것입니다.
28 율법은 약점을 지닌 사람들을 대사제로 세우지만,
율법 다음에 이루어진 맹세의 그 말씀은
영원히 완전하게 되신 아드님을 대사제로 세웁니다.
8,1 지금 하는 말의 요점은 우리에게 이와 같은 대사제가 계시다는 것입니다.
곧 하늘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시어,
2 사람이 아니라 주님께서 세우신 성소와 참성막에서
직무를 수행하시는 분이십니다.
3 모든 대사제는 예물과 제물을 바치도록 임명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대사제도 무엇인가 바칠 것이 있어야 합니다.
4 만일 그분께서 세상에 계시면 사제가 되지 못하십니다.
율법에 따라 예물을 바치는 사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5 모세가 성막을 세우려고 할 때에 지시를 받은 대로,
그들은 하늘에 있는 성소의 모상이며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성소에서 봉직합니다.
하느님께서 “자, 내가 이 산에서 너에게 보여 준 모형에 따라
모든 것을 만들어라.” 하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6 그런데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더 훌륭한 직무를 맡으셨습니다.
더 나은 약속을 바탕으로 세워진 더 나은 계약의 중개자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40(39),7-8ㄱㄴ.8ㄷ-9.10.17(◎ 8ㄴ과 9ㄱ 참조)
◎ 주님, 보소서, 당신 뜻을 이루려 제가 왔나이다.
○ 당신은 희생과 제물을 즐기지 않으시고, 도리어 저의 귀를 열어 주셨나이다. 번제물과 속죄 제물을 바라지 않으셨나이다. 제가 아뢰었나이다. “보소서, 제가 왔나이다.” ◎
○ 두루마리에 저의 일이 적혀 있나이다. 주 하느님, 저는 당신 뜻 즐겨 이루나이다. 당신 가르침 제 가슴속에 새겨져 있나이다. ◎
○ 저는 큰 모임에서, 정의를 선포하나이다. 보소서, 제 입술 다물지 않음을. 주님, 당신은 아시나이다. ◎
○ 당신을 찾는 이는 모두, 당신 안에서 기뻐 즐거워하리이다. 당신 구원을 열망하는 이는 언제나 외치게 하소서. “주님은 위대하시다.” ◎
복음 환호송
2티모 1,10 참조
◎ 알렐루야.
○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은 죽음을 없애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네.
◎ 알렐루야.
복음
<더러운 영들은“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하고 소리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이르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7-12
그때에 7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8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9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10 그분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11 또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12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예수님께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든다. ‘큰 무리’로 번역한 ‘폴루 플레토스’는 가히 충격적이다. 형용사 ‘폴루’가 이미 ‘대단한, 큰, 수많은’의 뜻을 지니는데, ‘엄청난 숫자의 군중’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플레토스’를 또한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마르코 복음이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의 수를 과하게 부풀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예수님을 따르는 데 게으르지 않길, 그래서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향해 걸어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예수님의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거룻배를 타고 군중과 떨어지려는 예수님에게서 기대치 않은 낯선 모습이 어른거린다. 흔히 주석학자들은 마르코 복음의 예수님을 ‘수난받는 메시아’로 벽에 못을 박듯 규정해 버린다. 그리고 수난을 받아들이지 않는 제자들과 군중들을 비판적으로 묘사한다. 오늘 복음도 그렇다. 병을 고치고 싶어, 더러운 영을 떨쳐내고 싶어 찾아오는 그 수많은 군중들은 ‘수난받는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학자들은 비판한다.
그런데 우리는 말이다. 사는 게 힘들 때 예수님을 찾고, 사는 게 서러울 때 예수님 품 안에서 위로받고 싶어 한다. 예수님을 밀쳐서라도 우리를 한번 봐 달라고 예수님께 아우성칠 때가 있다. 이런 우리를 탓할 수가 있을까. 그만큼 아프고 서러울 때, 예수님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일까. 참된 주님을 이해하는 데 더디 걸리더라도 지금의 아우성이 필요하다. 예수님의 수난을 이해하는 데 느리더라도 이 삶을 기어이 살아 내는 우리는 이미 삶의 수난을 이러저러하게 짊어지고 있으므로.
예물 기도
주님,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념하여 이 제사를 드릴 때마다 저희에게 구원이 이루어지오니 이 거룩한 신비를 정성껏 거행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23(22),5 참조
주님이 제게 상을 차려 주시니, 제 술잔 넘치도록 가득하옵니다.
<또는>
1요한 4,16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우리는 알고 또 믿게 되었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천상 양식을 함께 나누고 비오니 사랑의 성령을 부어 주시어 그 사랑으로 한마음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마르코 복음사가는 오늘 복음에서 그동안의 예수님의 구마와 치유 기적, 용서의 이야기를 요약해서 들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십니다. 그러자 가까이 갈릴래아 지역을 비롯하여 사방에서 큰 무리가 몰려옵니다. 남쪽으로는 유다와 이두매아 지역에서, 동쪽으로는 요르단 건너편에서, 그리고 북쪽으로는 티로와 시돈 근처의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무리를 지어 온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열광적으로 구하는 것은 치유이지 예수님에 대한 올바른 이해(앎)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러운 영들이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봅니다.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마르 3,11) 하고 소리 질렀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침묵하라고 엄하게 이르셨습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특징인 ‘메시아 비밀’입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다만 인지(지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랑과 추종의 앎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열광하는 군중이 아닌, 당신을 뒤따를 제자들을 바라십니다.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