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바오로 사도는 소아시아 킬리키아 지방의 타르수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율법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철저히 교육받은 유다인이었다.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그였으나,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고 극적으로 회심하여 그리스도를 전하는 열정적인 사도가 되었다. 8세기부터 거행하여 온 이 축일은 10세기 말 로마 전례력에 들어왔다. 교회는 회심 없이는 참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하여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일치 주간’의 마지막 날로 정하였다.
입당송
2티모 1,12; 4,8 참조
나는 내가 누구를 믿는지 잘 알고 있으며, 내가 맡은 것을 의로운 심판관이 마지막 날까지 지켜 주시리라고 확신하노라.
본기도
하느님, 복된 바오로 사도를 통하여 온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셨으니 오늘 그의 회심을 경축하는 저희가 그의 모범을 따라 진리의 증인이 되고 언제나 어디서나 복음을 전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일어나 예수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며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22,3-16
그 무렵 바오로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3 “나는 유다 사람입니다.
킬리키아의 타르수스에서 태어났지만 이 도성 예루살렘에서 자랐고,
가말리엘 문하에서 조상 전래의 엄격한 율법에 따라 교육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여러분이 모두 그렇듯이
나도 하느님을 열성으로 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4 또 신자들을 죽일 작정으로 이 새로운 길을 박해하여,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포박하고 감옥에 넣었습니다.
5 대사제와 온 원로단도 나에 관하여 증언해 줄 수 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서 동포들에게 가는 서한까지 받아 다마스쿠스로 갔습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고 와
처벌을 받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6 그런데 내가 길을 떠나 정오쯤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큰 빛이 번쩍이며 내 둘레를 비추었습니다.
7 나는 바닥에 엎어졌습니다.
그리고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고
나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8 내가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여쭙자,
그분께서 나에게 이르셨습니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다.’
9 나와 함께 있던 이들은 빛은 보았지만,
나에게 말씀하시는 분의 소리는 듣지 못하였습니다.
10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내가 여쭈었더니,
주님께서 나에게 이르셨습니다. ‘일어나 다마스쿠스로 들어가거라.
장차 네가 하도록 결정되어 있는 모든 일에 관하여
거기에서 누가 너에게 일러 줄 것이다.’
11 나는 그 눈부신 빛 때문에 앞을 볼 수가 없어,
나와 함께 가던 이들의 손에 이끌려 다마스쿠스로 들어갔습니다.
12 거기에는 하나니아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율법에 따라 사는 독실한 사람으로,
그곳에 사는 모든 유다인에게 좋은 평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13 그가 나를 찾아와 앞에 서서,
‘사울 형제, 눈을 뜨십시오.’ 하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 순간 나는 눈을 뜨고 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14 그때에 하나니아스가 말하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선택하시어,
그분의 뜻을 깨닫고 의로우신 분을 뵙고
또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게 하셨습니다.
15 당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분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16 그러니 이제 무엇을 망설입니까?
일어나 그분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며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는>
<네가 해야 할 일을 누가 일러 줄 것이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 9,1-22
그 무렵 1 사울은 여전히 주님의 제자들을 향하여 살기를 내뿜으며
대사제에게 가서, 2 다마스쿠스에 있는 회당들에 보내는 서한을 청하였다.
새로운 길을 따르는 이들을 찾아내기만 하면
남자든 여자든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3 사울이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비추었다.
4 그는 땅에 엎어졌다.
그리고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5 사울이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6 이제 일어나 성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을 누가 일러 줄 것이다.”
7 사울과 동행하던 사람들은 소리는 들었지만
아무도 볼 수 없었으므로 멍하게 서 있었다.
8 사울은 땅에서 일어나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손을 잡고 다마스쿠스로 데려갔다.
9 사울은 사흘 동안 앞을 보지 못하였는데,
그동안 그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다.
10 다마스쿠스에 하나니아스라는 제자가 있었다.
주님께서 환시 중에 “하나니아스야!” 하고 그를 부르셨다.
그가 “예, 주님.” 하고 대답하자 11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곧은 길’이라는 거리로 가서,
유다의 집에 있는 사울이라는 타르수스 사람을 찾아라.
지금 사울은 기도하고 있는데,
12 그는 환시 중에 하나니아스라는 사람이 들어와 자기에게 안수하여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보았다.”
13 하나니아스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주님의 성도들에게 얼마나 못된 짓을 하였는지
제가 많은 이들에게서 들었습니다.
14 그리고 그는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들을 모두 결박할 권한을
수석 사제들에게서 받아 가지고 여기에 와 있습니다.”
15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거라. 그는 다른 민족들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
16 나는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그에게 보여 주겠다.”
17 그리하여 하나니아스는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사울에게 안수하고 나서 말하였다.
“사울 형제, 당신이 다시 보고 성령으로 충만해지도록 주님께서,
곧 당신이 이리 오는 길에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나를 보내셨습니다.”
18 그러자 곧 사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일어나 세례를 받은 다음 19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
사울은 며칠 동안 다마스쿠스에 있는 제자들과 함께 지낸 뒤,
20 곧바로 여러 회당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선포하였다.
21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놀라며, “저 사람은 예루살렘에서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자들을 짓밟은 자가 아닌가?
또 바로 그런 자들을 결박하여 수석 사제들에게 끌어가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닌가?” 하고 말하였다.
22 그러나 사울은 더욱 힘차게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증명하여,
다마스쿠스에 사는 유다인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17(116),1.2ㄱㄴ(◎ 마르 16,15 참조)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 주님을 찬양하여라, 모든 민족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모든 겨레들아. ◎
○ 우리 위한 주님 사랑 굳건하여라.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여라. ◎
복음 환호송
요한 15,16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 알렐루야.
복음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5-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15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16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17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18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흔히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다 해 주고 싶고 또 그 상대를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용감함과 대담함, 그리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두렵거나 부끄러워서 엄두조차 내지 못한 일까지 기꺼이 하게 되는 놀라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믿는 이들에게 참으로 놀라운 표징들이 따를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하느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표현하고 그분과의 사랑에 푹 빠진 이들에게 일어나는,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용기와 헌신, 그리고 열정을 말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든든한 후원자이시고, 또한 항상 바른길로 인도해 주신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래서 그분과의 사랑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부끄러울 일도,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못할 일도 없습니다. 그러한 사람이 보여 주는 용감함과 대담함이야말로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믿는 이들에게 따라오는 표징일 것입니다.
예물 기도
주님, 복된 바오로 사도를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주님의 영광을 널리 전하게 하셨으니 이 거룩한 제사를 드리는 저희의 믿음도 성령의 빛으로 밝혀 주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사도 감사송 2 : 교회의 기초이며 증거자인 사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도들을 기초로 삼아 그 위에 교회를 세우시어 지상에서 주님의 거룩하고 영원한 표지가 되게 하시고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하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이제와 영원히 모든 천사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갈라 2,20 참조
나는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노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 하느님, 복된 바오로 사도가 뜨거운 사랑으로 모든 교회를 돌보게 하셨으니 성체를 받아 모신 저희 마음에도 그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은 ‘일치 주간’의 마지막 날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일치의 관점에서 묵상해 봅니다. 바오로(사울)는 율법에 대하여 철저히 교육받은 유다인으로서 당시 새로운 종교적 움직임으로 드러나고 있던 예수님 추종 세력을 박해하였습니다. 바오로는 그들을 체포하러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만납니다.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22,7)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바오로에게 예수님께서는 다마스쿠스로 들어가라고 이르십니다. 바오로는 다마스쿠스에서 예수님께서 보내신 하나니아스라는 독실한 유다인을 만납니다.
하나니아스는 처음에는 바오로와 만나기를 주저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그는 다른 민족들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9,15)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서 바오로를 찾아가 말합니다. “사울 형제, 당신이 다시 보고 성령으로 충만해지도록 …… 예수님께서 나를 보내셨습니다”(9,17). 하나니아스는 박해자 사울을 ‘형제’라 불러 주었습니다. 그러자 곧 사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일어나 세례를 받은 바오로는 열렬한 복음 선포자로 변모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바오로를 믿고 받아들여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는 여전히 위험인물이었고, 유다인들의 눈에는 변절자요 배신자였습니다. 몇 년 뒤 바르나바가 고향 타르수스에 머물던 바오로를 찾아와 안티오키아로 데려가 함께 활동함으로써 바오로는 복음 선포자로 거듭납니다. 바오로는 예수님과의 만남에 더하여 하나니아스와 바르나바의 신뢰와 환대로 박해자로서 지녔던 적개심을 모두 내려놓고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화해의 사절’이 될 수 있었습니다.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