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스승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자, 세상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올까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굳게 닫힌 문처럼 그들의 마음도 잠금장치로 가득했고 변화되지 않은 채로 머물기를 원했습니다. 그 악조건을 뛰어넘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당신의 숨을 제자들에게 불어넣어 주십니다. 이 모습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그럼에도 문밖의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박해의 공포도, 불확실한 미래도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령의 숨결은 문 안의 제자들을 흔들어 놓습니다. 두려움이 결연한 용기로, 침묵이 복음 선포의 결기로 바뀌게 되지요. 그렇게 교회는 탄생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제자들의 삶은 더 험난해졌지만 닫힌 방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자기 안에 들어온 성령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지요. 성령 강림은 과거의 한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펼쳐지는 삶의 결이 바뀌는 사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