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말은 부재의 선언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돌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떠나시지만, 떠남은 공허함이 아니라 거룩함의 시작이다. 성령은 남겨진 이들을 세상 밖으로 데려가지 않고, 오히려 그 한가운데서 지키고 거룩하게 한다. 거룩함은 속됨과 더러움과 슬픔, 고통, 상처로부터의 분리가 아니라, 사랑 때문에 끝내 자신을 내어 주는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초월이다. 그러므로 제자들의 길은 피신이 아니라, 세상에로의 파견이다. 하느님께 붙들린 사람은 세상을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끝까지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가 거룩함을 지킬 자리는 저 세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자리, 이 세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