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영광스럽게 하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요한 8,54) 요한 복음이 말하는 영광은 사람들의 칭송에서 나오는 인정이 아닙니다. 요한 복음은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이 예수님 안에서 선명하게 드러날 때, 그 순간을 영광(doxa)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언제 하느님의 사랑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까?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려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시는 강생의 순간, 그리고 우리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내어놓으시는 십자가의 죽음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여기에 복음의 역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비천하다고 여기는 구유, 저주의 표상이라 고개를 돌리는 십자가가 하느님의 영광이 가장 밝히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은 서로 영광을 주고받으며, 하느님의 영광을 찾지 않습니다.(요한 5,44 참조) 우리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헛된 영광을 쫓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서로 높은 곳에 서려고 다투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나는 낮은 곳으로 갑니다. 하느님의 능력이 드러나는 힘없는 자에게로 갑니다. 우리를 영광스럽게 하시는 분은 우리의 아버지시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