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기도를 바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뚜렷한 대비를 이룹니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 다른 한 사람은 세리입니다. 바리사이는 신앙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 기도도 많이 하고, 단식도 하고, 십일조까지 꼬박꼬박 바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어 보이지만, 그의 기도는 어딘가 씁쓸합니다. 굳이 가만히 있는 세리를 콕 집어 “저 사람과 같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는 순간, 그 열심은 사랑이 아닌 우월감으로 드러나 버립니다. 기도를 아무리 많이 바쳐도 마음 안에 사랑과 겸손이 없다면 소용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대목입니다. 반대로 세리는 그 당시 죄인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사람입니다. 동포들의 돈을 걷어 적국에 갖다 바치는 일을 했으니 사람들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떳떳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죄책감이 세리를 회개의 자리로 이끌어 줍니다. 세리는 죄인이었지만 하느님 앞에 고개를 숙일 줄 알았습니다.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그 겸손이 세리를 구원의 자리로 초대합니다. 스스로 의롭다 자신하지만 사실은 교만하였던 바리사이와 스스로 죄인이라 생각했기에 더욱 겸손할 줄 알았던 세리, 예수님께서는 그중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살리는 것은 남보다 잘했다는 자랑이 아니라 “저는 당신 없이는 설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고 고백할 줄 아는 겸손이라는 것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다시 일깨워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