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보 사도의 솔직한 부탁에 눈길이 갑니다. 하느님을 직접 한번 뵙게 해 달라는 청입니다. 어쩌면 필립보의 소망은 모든 신앙인들의 소망일지도 모릅니다. ‘한 번만 하느님을 뵐 수 있다면’, ‘특별하고 거대한 체험을 한 번만 할 수 있다면 정말 열심히 하느님을 믿을 텐데…’ 하지만 예수님은 그 기대를 꺾으십니다. 지금 네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이 곧 하느님을 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것을 보려 하지 말고, 네 눈앞에 있는 것을 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분이 너무나도 흔한 일상 속에 계셔서 오히려 그분을 놓칠 때가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익숙한 얼굴, 너무 평범한 하루, 너무 반복되는 사람들, 우리는 자꾸만 ‘하느님다운 장면’만 찾습니다. 드라마처럼 큰 사건, 아주 특별한 체험같은 일만을 통해서 하느님을 느끼려 하지만, 사실 하느님은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현실 안에 이미 와 계신 분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선택한 순간, 화나는 일 앞에서도 한번 더 참고 기다린 순간, 상처 주는 말 대신 사과를 꺼낸 순간, 그곳에 이미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주님은 한걸음 더 나아가 말씀하십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더 큰 일’은 더 큰 기적이 아니라, 더 깊은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이 아버지께 가시기에, 이제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라 ‘동행자’가 됩니다. 누군가에게 하느님을 보여 달라고 조르는 대신, 내가 누군가에게 하느님의 얼굴이 되는 것, 그것이 오늘 복음을 통한 주님의 초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