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는 길 위에서 지난 사건을 되짚고 있었다. 루카는 반복되는 동사들, 예컨대 “대화하다”, “토론하다”를 통해 그들의 고뇌를 한층 부각시킨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친히 다가오시지만, 그들의 눈은 닫혀 있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다. 루카가 그리는 두 제자의 무지는 시각의 오류가 아니라 깨달음의 부재를 가리킨다. 두 제자는 예수님을 “나자렛 사람 예수”라 부르며,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로 회상한다. 이는 모세를 연상시키는 묘사다. 그러나 십자가는 그들의 희망을 무너뜨렸다.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는 기대는 십자가로 지워져 버렸다. 그들은 고난을 겪어야만 영광에 들어가는 메시아의 운명을 이해하지도, 기대하지도, 그래서 깨닫지도 못했다. 예수님은 “모세와 모든 예언서”에서 시작하여 성경을 풀어 주신다. 말씀을 열어 주실 때, 그들의 눈도 열린다. 빵을 떼시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그들은 주님을 알아본다. 부활 체험은 사적인 환상이 아니라 공동체적 고백과 나눔으로 완성된다. “참으로 주님께서 살아나셨다.” 길 위의 슬픔은 불타는 마음으로 바뀌고, 교회는 이렇게 말씀과 빵의 나눔으로 계속 부활한다. 예수님을 안다는 것, 그건 내 옆의 누군가가 외롭지 않게 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