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기 위해서 얼마나 몸에 힘을 주고 있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짠합니다. 아마 하느님 눈에도 그러실 것 같습니다. 질투 때문이든 복수 때문이든 상대방에게 칼날을 들이밀기 위해서는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선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어야 합니다. 그럴수록 몸은 경직되고 호흡은 가빠집니다. 압은 높아지고 피는 더디게 순환합니다. 딱딱하게 굳어진 몸에서 생각은 좀처럼 자유롭게 떠다니지 못하고, 감정은 땅이 꺼질 듯한 한숨으로만 표출됩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는 말씀은 ‘망각의 은총’에 기댄 채 무관심으로 대응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몸과 마음에 힘을 빼라는 뜻일 겁니다. 몸이 물에 뜨기 위해선 근육의 긴장을 풀어야 하듯, 감정이 올라올 때는 팽팽해진 마음의 근육을 깊은 호흡과 함께 좀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영성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마르타는 중요한 것을 놓치는 반면, 몸에 힘을 뺀 마리아는 꼭 필요한 하나를 얻는데, 그것은 어떤 순간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청해 듣는 신앙인의 태도입니다.(루카 10,38-42 참조) 영성생활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힘 빼기”는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고,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게 합니다. 성령께서 활동하실 공간을 열어 주어 그분께서 주시는 뜻밖의 선물을 얻게 합니다. 몸과 마음과 생각에 주고 있던 힘을 살짝 풀고서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기대어 보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