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에 “발”이 중요한 주제로 두 번 등장합니다. 오늘 마리아는 나르드 향유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 드립니다. 성목요일 만찬 때 예수님은 물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십니다. 먼저 발은 인간의 “연약함”을 상징합니다. 아킬레스 신화에서 그토록 힘이 셌던 아킬레스도 발뒤꿈치가 끊어졌을 때 무기력해집니다. 아킬레스건이 있는 발은 그래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존재인지를 나타냅니다. 한편 발은 인간의 “더러움”을 상징합니다.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땅에 가까운 곳이 발입니다. 생활하면서 얼마나 많은 때와 먼지가 발에 쌓이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로마의 성 아우구스티노 성당에 카라바조가 그린 “순례자들의 성모님”이란 작품이 있습니다. 당시의 금기를 깨고 카라바조는 아기 예수님과 성모님을 경배하러 온 두 순례자의 가느다란 발을 새까맣게 때가 묻은 상태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거룩한 성당에, 과연 있는 그대로의 인간 현상에 대한 묘사가 적절할까 싶지만, 사실 예수님도 우리의 연약하고 더러운 발을 지니셨습니다. 삶이라는 순례길을 시작한 우리 모두도 그래서, 연약하고 더러운 발을 지닌 채 예수님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나의 “발”을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한다면, 기꺼이 우리의 발을 취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길은 요원합니다. 나의 그 “발”을 통해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체험하는 성주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