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를 가리키는 그리스말 ‘네피오스’는 사회적 지위나 종교적 전문성이 부족한 이들을 일컫는다. 지혜롭고 슬기로운 자, 예컨대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보다 아버지의 뜻을 잘 알아듣는 이들은 세상에선 부족한 이들이다. 많이 아는 자가 부족한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논리가 계시의 논리다. 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앎의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다. 무언가 알려고 덤벼드는 일은 실은 다른 무언가를 외면하거나 소외시킬 수밖에 없다. 무언가에 탐닉하다 보면 그것이 중요한 만큼 중요하지 않는 것들을 보는 눈과 듣는 귀는 닫히기 마련이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가르치시고 행동하신 모습들을 보면 대개 세상이 무시하는 사람과 공간을 배경으로 소개된다. 세상이 보고 듣고자 하는 것들은 복음서와는 거리가 멀다. 철부지가 되는 일이 실패나 좌절로 기록되는 게 정상인 세상에서 계시를 듣고 보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결국 우리가 맞다, 옳다, 해야 한다 등의 일들과 가치들 때문이 아닐까. 옳은 것을 식별한다는 우리의 눈과 귀가 옳은 것이어야 한다는 우리의 강박의 산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