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복음
<오늘 이 성경 말씀이 이루어졌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4,14-22ㄱ
그때에 14 예수님께서 성령의 힘을 지니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니,
그분의 소문이 그 주변 모든 지방에 퍼졌다.
15 예수님께서는 그곳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칭송을 받으셨다.
16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자라신 나자렛으로 가시어,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경을 봉독하려고 일어서시자,
17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가 그분께 건네졌다.
그분께서는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러한 말씀이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
18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19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20 예수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주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
2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22 그러자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예수님께서 나자렛 회당에 들어가시어 희년을 선포하신다.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고 늘 하시던 대로 회당의 예절을 따라 움직이셨다. ‘늘 하시던 대로’…. 삶은 이미 살아온 것들과 살아간 방식의 되풀이로 단조롭고 삭막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아갈 것이다, ‘늘 하던 대로’ 말이다. 그런 반복의 삶 한가운데 예수님은 외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이 말씀은 이사 61,2의 말씀인데, 예수님께서는 그대로 읽지 않으시고 한 대목을 빼놓고 읽으셨다. “우리 하느님의 응보의 날을 선포하고….”(이사 61,2) 예수님께는 ‘응보의 날’이 필요치 않았다. 이 세상에 구원을 주러 오신 예수님에게 심판과 징벌은 너무나 먼 이야기가 된다. 늘 하던 삶을 살아 내는 게 구원이다. 그 삶의 자리 한가운데 예수님은 구원이란 걸 선포하셨다. 뭔가 새롭고 화려하고 있어 보이는 구원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오늘, 바로 지금, 나는 이 삶을 구원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걸까. 일찌감치 단조롭다고 해석해 버린 내 삶을 나의 눈으로 보는 게 아닌,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 그게 구원이 아닐까. 예수님 눈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은혜롭길, 팍팍하고 힘겨운 삶에 그 어떤 심판도, 징벌도 비켜 가길 바라는 축복이 스며들어 있음을 소중히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