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복음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12
1 며칠 뒤에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으로 들어가셨다.
그분께서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퍼지자,
2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음 말씀을 전하셨다.
3 그때에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있었는데,
4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보냈다.
5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6 율법 학자 몇 사람이 거기에 앉아 있다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7 ‘이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8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그들이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을
당신 영으로 아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9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10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11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12 그러자 그는 일어나 곧바로 들것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며 말하였다.
“이런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에페 6,10-13.18)와 복음(마태 19,16-26)을 봉독할 수 있다.>
복음 묵상
예수님께서는 집으로 들어가셨고, 그곳은 빈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한편 율법 학자들의 태도 역시 어딘가 꽉 막혀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일을 율법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바라보고 판단합니다. 그런 관점에서는 옳고 그름만이 있습니다. 옳고 그름만 판단하는 이들이 잊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중풍 병자의 절박함이랄까, 중풍 병자를 돕는 이들의 노고 같은 것들이지요. 그것을 볼 수 있었더라면, 함께 걱정하고 함께 기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배려 없는 공간, 공감을 잃은 율법은 답답합니다.
그런 상황을 비집고 가능성을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들것을 든 ‘네 사람’입니다. 그들은 방법을 찾았고, 마침내 지붕을 뜯어내어 중풍 병자와 예수님을 만나게 합니다.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는데, 중풍 병자가 일어나서 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는 것을 보면, 누군가는 공간을 만들어 길을 틔워 냈겠군요. 예수님께서는 ‘네 사람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를 도와주셨고, 길을 틔워 낸 사람들은 ‘하느님을 찬양’했습니다. 이 답답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방법을 찾고 길을 틔워 내는 군요. 우리는 이것을 ‘믿음’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