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복음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23-28
23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였다.
24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25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26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27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28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1코린 1,26-31)와 복음(마태 13,44-46)을 봉독할 수 있다.>
복음 묵상
안식일의 본래 의미는 일을 금지하는 날이 아니라 말 그대로 편히 쉬는 날입니다. 하느님이 엿새 동안 세상을 만들고 하루 쉬었으니 너희도 쉬라는 명령이죠.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의 창조 활동이 끝날 때마다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보시니 좋았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완성하시고 일곱째 날 쉬셨죠. 모든 것이 좋았기 때문에 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쉬는 날이란 굳이 쉬는 날이 정해지지 않아도 언제든 충분히 쉴 수 있는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쉬는 날이란 그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제대로 쉴 수 없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겠죠.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도 일하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의 조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식일을 어기니 죄인이라 말합니다. 안식일은 쉴 수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날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오늘 제자들이 한 행동도 율법에서는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그래서 율법을 잘 안다는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죠. 그러자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이것을 풀어서 말하면 이럴 겁니다. “사람을 괴롭히고 옥죄기 위해 율법을 준 게 아니라 사람을 더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 율법을 준 것이다. 사람을 괴롭히고 옥죄는 율법은 더 이상 하느님의 율법이 아니다.” 우리가 안식일에 주인이신 하느님의 마음을 닮아 서로를 좀 더 편안하게 해 주고, 서로의 좋은 모습을 발견해 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