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4주간 화요일
입당송
시편 106(105),47
주 하느님, 저희를 구하소서. 민족들에게서 저희를 모아들이소서. 당신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송하고, 당신을 찬양하여 영광으로 삼으오리다.
본기도
자비로우신 주 하느님, 저희가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공경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12,1-4
형제 여러분, 1 이렇게 많은 증인들이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으니,
우리도 온갖 짐과 그토록 쉽게 달라붙는 죄를 벗어 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2 그러면서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께서는 당신 앞에 놓인 기쁨을 내다보시면서,
부끄러움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견디어 내시어,
하느님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3 죄인들의 그러한 적대 행위를 견디어 내신 분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낙심하여 지쳐 버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4 여러분은 죄에 맞서 싸우면서
아직 피를 흘리며 죽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22(21),26ㄴ-27.28과 30ㄱㄴ.30ㄷ-32(◎ 27ㄴ)
◎ 주님 찾는 이들은 그분을 찬양하리라.
○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 앞에서 나의 서원 채우리라. 가난한 이들은 배불리 먹고, 주님 찾는 이들은 그분을 찬양하리라. 너희 마음 길이 살리라! ◎
○ 온 세상 땅끝마다 생각을 돌이켜 주님께 돌아오고, 만 민족 모든 가문 그분 앞에 경배하리니, 세상 모든 권세가들 그분께만 경배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모든 이들 그분께 무릎 꿇으리라. ◎
○ 내 영혼 주님 위해 살고, 후손은 그분을 섬기리라. 다가올 세대에게 주님 이야기 전해져, 태어날 백성에게 그 의로움 알리리라. 주님이 이렇게 하셨음이로다. ◎
복음 환호송
마태 8,17 참조
◎ 알렐루야.
○ 그리스도 우리의 병고 떠맡으시고 우리의 질병 짊어지셨네.
◎ 알렐루야.
복음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21-43
그때에 21 예수님께서 배를 타시고 건너편으로 가시자
많은 군중이 그분께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 호숫가에 계시는데,
22 야이로라는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님을 뵙고 그분 발 앞에 엎드려,
23 “제 어린 딸이 죽게 되었습니다.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 아이가 병이 나아 다시 살게 해 주십시오.” 하고 간곡히 청하였다.
24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그와 함께 나서시었다.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르며 밀쳐 댔다.
25 그 가운데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가 있었다.
26 그 여자는 숱한 고생을 하며 많은 의사의 손에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었지만,
아무 효험도 없이 상태만 더 나빠졌다.
27 그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군중에 섞여 예수님 뒤로 가서 그분의 옷에 손을 대었다.
28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29 과연 곧 출혈이 멈추고 병이 나은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30 예수님께서는 곧 당신에게서 힘이 나간 것을 아시고 군중에게 돌아서시어,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다.
31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반문하였다.
“보시다시피 군중이 스승님을 밀쳐 대는데,
‘누가 나에게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십니까?”
32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누가 그렇게 하였는지 보시려고 사방을 살피셨다.
33 그 부인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나와서 예수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다 아뢰었다.
34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35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들이 와서는,
“따님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스승님을 수고롭게 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36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곁에서 들으시고
회당장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37 그리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야고보의 동생 요한 외에는
아무도 당신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셨다.
38 그들이 회당장의 집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소란한 광경과 사람들이 큰 소리로 울며 탄식하는 것을 보시고,
39 안으로 들어가셔서 그들에게, “어찌하여 소란을 피우며 울고 있느냐?
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40 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다 내쫓으신 다음,
아이 아버지와 어머니와 당신의 일행만 데리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셨다.
41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말씀하셨다. “탈리타 쿰!”
이는 번역하면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는 뜻이다.
42 그러자 소녀가 곧바로 일어서서 걸어 다녔다.
소녀의 나이는 열두 살이었다. 사람들은 몹시 놀라 넋을 잃었다.
43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말라고
그들에게 거듭 분부하시고 나서,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이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오늘 복음에서는 ‘손’이 여러 번 나오면서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제 딸이 방금 죽었다며 가서 ‘손’을 얹어 달라는 회당장, 십이 년 동안 피를 흘리는 여자가 예수님 옷자락에 내밀었던 ‘손’, 회당장 집에 도착한 뒤 죽은 소녀의 ‘손’을 잡으신 예수님. 이렇게 여기에 등장하는 손은 아무런 의미 없는 손이 아닙니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말없이 내민 포근한 두 손처럼, 오늘 복음의 손도 각자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손’입니다.
아마 회당장에게 죽은 딸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이었겠죠. 가던 길에 예수님 옷자락에 손을 내민 여자의 혈루증은 말할 수 없는 약점이자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그리고 약점과 부끄러움에 손을 잡아 주시고 감싸 주시는 예수님의 마음, 그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도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주님의 제대에 예물을 올리오니 너그러이 받아들이시어 저희 구원의 성사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31(30),17-18 참조
주님, 당신 얼굴 이 종에게 비추시고, 당신 자애로 저를 구하소서. 제가 당신을 불렀으니,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또는>
마태 5,3.5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하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구원의 성체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영원한 생명의 보증인 이 성사의 힘으로 저희 안에 참된 믿음이 자라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하나의 이야기 안에 다른 이야기가 들어가 엮인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을 보입니다. 별개의 두 이야기이지만 믿음이라는 주제로 일관성 있게 짜여 있습니다. 그런데 두 이야기에서 믿음의 형태와 주님의 행동 방식은 사뭇 다르게 드러납니다.
회당장 야이로는 주님에 대한 믿음으로 직접 찾아와 용감하게 치유를 간청합니다. 하혈하던 여인은 예수님 앞에 감히 나타날 생각을 못한 채 군중 틈에 끼여 소심하게 뒤에서 그분의 옷자락에 손을 댈 뿐입니다. 오직 믿음 하나로, 과연 여인은 예수님의 의지 없이도 바라던 바를 얻었습니다. 어떤 교부의 말대로 이 ‘거룩한 도둑질’은 도둑맞으신 분에게서 오히려 칭찬과 축복을 받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의지가 아니라 바로 여인의 믿음이 그를 구원하였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이신 분께 얼핏 불필요해 보일 수도 있는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마르 5,30)라는 질문은 어쩌면 그 믿음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시려고 하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편 야이로에게는 결국 딸이 죽고 말았다는 절망적 현실에서 믿음이 더욱 굳건해지도록 요구됩니다. “믿기만 하여라.”(5,36)라고 그에게 말씀하신 주님께서는 소녀에게 직접 단호하게 명령하십니다. “탈리타 쿰!”(5,41) 여인의 치유와는 반대 양상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열두 해 동안 계속된 고통 속에서 더욱 간절해진 여인의 믿음과 어린 딸의 죽음 앞에서 도약하는 아버지 야이로의 믿음 사이 어디쯤 자리할까요?
(국춘심 방그라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