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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생활

Catholic Life

매일 복음묵상
[녹] 연중 제5주간 목요일
  복음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24-30
그때에 24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으로 가셨다.
그리고 어떤 집으로 들어가셨는데,
아무에게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셨으나 결국 숨어 계실 수가 없었다.
25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어떤 부인이 곧바로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와서,
그분 발 앞에 엎드렸다.
26 그 부인은 이교도로서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이었는데,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고 그분께 청하였다.
27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에게,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28 그러자 그 여자가,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응답하였다.
29 이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30 그 여자가 집에 가서 보니,
아이는 침상에 누워 있고 마귀는 나가고 없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복음서를 읽다 보면 너무나 당혹스러운 예수님의 모습을 직면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이를 사랑하실 것 같은 예수님이 딸의 아픔에 힘겨워 하는 여인에게 ‘강아지’라는 표현을 쓰시다니요! 많은 이들은 예수님께서 여인의 믿음을 시험하시기 위해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여기지만, 예수님의 심정을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는 ‘좋은 쪽’으로만 해석해 버린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길 때가 많습니다. 사실 복음서는 그 제목을 이렇게 붙입니다. ‘카타 마르콘’, 그러니까 ‘마르코에 따르면’ 예수님을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역사적이고 실제적인 예수님을 보도하는 게 복음서가 아니고 마르코 복음의 저자가 이해하고 해석한 예수님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생각하는 예수님의 이미지가 다르듯, 복음서들도 최소한 네 가지(마르코, 마태오, 루카, 요한)의 예수님의 이미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지요.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에게 ‘강아지’라는 표현으로 대답하신 예수님을 두고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배타적 민족주의자라고 비판할까요? 아니면 전통적으로 여인의 믿음을 시험하신 속 깊은 주님으로 해석할까요?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그 여인의 딸에게서 마귀가 떠나갔다고 선언하십니다. 예수님은 낯설다가도 친숙하고, 친숙하다가도 엄청 멀리 계신 것처럼 차가울 수 있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해석에 늘 고민과 상상과 또 다른 묵상을 안겨 주시는 분이십니다. 딱 정해 놓고 예수님을 규정하는 건, 아무래도 자신의 자의식이 투사된 우상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기억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