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복음
<예수님께서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37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사도 13,46-49)와 복음(루카 10,1-9)을 봉독할 수 있다.>
복음 묵상
손가락을 환부에 대어 기운을 불어넣고, 하늘을 우러러 숨을 쉬며 하늘의 힘을 청하는 것. 오늘 예수님의 몸짓은, 당시 사람들이 청각장애인을 치료할 때 하던 동작이랍니다. 하지만 이 모든 동작이 시대적인 방법이었다는 설명은, 예수님의 마음을 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온몸을 동원해 당신의 뜻을 보이고 계시니까요. 말하자면, 예수님은 그의 삶의 방식대로 ‘소통’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도 그러했습니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사람들은 병이 나았다는 기적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사람을 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예수님께 기적을 바라고 계시겠지요. 반대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작은 변화를 바라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웃의 장애나 사회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 모든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을 존중받아야 할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 우리는 그런 변화도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