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5주간 토요일
입당송
시편 95(94),6-7 참조
어서 와 하느님께 경배드리세. 우리를 내신 주님 앞에 무릎 꿇으세.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네.
본기도
주님, 주님의 가족을 자애로이 지켜 주시고 천상 은총만을 바라는 저희를 끊임없이 보호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주 하느님께서는 그를 에덴 동산에서 내치시어, 흙을 일구게 하셨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3,9-24
9 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10 그가 대답하였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11 그분께서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12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13 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고 물으시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14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
15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16 그리고 여자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임신하여 커다란 고통을 겪게 하리라.
너는 괴로움 속에서 자식들을 낳으리라.
너는 네 남편을 갈망하고 그는 너의 주인이 되리라.”
17 그리고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었으니,
땅은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사는 동안 줄곧 고통 속에서 땅을 부쳐 먹으리라.
18 땅은 네 앞에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돋게 하고 너는 들의 풀을 먹으리라.
19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20 사람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하였다.
그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21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과 그의 아내에게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 주셨다.
22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자, 사람이 선과 악을 알아 우리 가운데 하나처럼 되었으니,
이제 그가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 먹고
영원히 살게 되어서는 안 되지.”
23 그래서 주 하느님께서는 그를 에덴 동산에서 내치시어,
그가 생겨 나온 흙을 일구게 하셨다.
24 이렇게 사람을 내쫓으신 다음, 에덴 동산 동쪽에 커룹들과 번쩍이는 불 칼을 세워,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을 지키게 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0(89),2.3-4.5-6.12-13(◎ 1)
◎ 주님, 당신은 대대로 저희 안식처가 되셨나이다.
○ 산들이 솟기 전에, 땅이며 누리가 생기기 전에, 영원에서 영원까지 당신은 하느님이시옵니다. ◎
○ 인간을 먼지로 돌아가게 하시며 당신은 말씀하시나이다. “사람들아, 돌아가라.”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같사옵니다. ◎
○ 당신이 그들을 쓸어 내시니, 그들은 아침에 든 선잠 같고, 사라져 가는 풀과 같사옵니다. 아침에 돋아나 푸르렀다가, 저녁에 시들어 말라 버리나이다. ◎
○ 저희 날수를 헤아리도록 가르치소서. 저희 마음이 슬기를 얻으리이다. 돌아오소서, 주님, 언제까지리이까? 당신 종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
복음 환호송
마태 4,4
◎ 알렐루야.
○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 알렐루야.
복음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1-10
1 그 무렵 많은 군중이 모여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셨다.
2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3 내가 저들을 굶겨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
더구나 저들 가운데에는 먼 데서 온 사람들도 있다.”
4 그러자 제자들이 “이 광야에서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해
저 사람들을 배불릴 수 있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5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일곱 개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6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땅에 앉으라고 분부하셨다.
그리고 빵 일곱 개를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며 나누어 주라고 하시니,
그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7 또 제자들이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그것도 축복하신 다음에 나누어 주라고 이르셨다.
8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나 되었다.
9 사람들은 사천 명가량이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돌려보내시고 나서,
10 곧바로 제자들과 함께 배에 올라 달마누타 지방으로 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굶고 있는 군중들을 보고 마음 아파하시면서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수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선보이십니다. 이는 얼마되지 않는 것이라도 서로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예수님의 손길을 통해 전달되면서 이루어진 놀라운 기적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나누면 나눌수록 당연히 각 개인에게 돌아오는 양이 적어지기 마련입니다. 음식이든 무엇이든 간에 누군가가 많이 가지면 다른 누군가는 적게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게 됩니다. 이기적인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은 또 다른 이기심과 미움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은 또 다른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 역시 나누면 나눌수록 커질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적은 양일지라도 그 안에 나누고 함께하려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면 매우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반대로 아무리 물리적으로 많은 양이라 할지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결코 풍요로움으로 다가오지는 못할 것입니다.
예물 기도
주 하느님, 빵과 포도주를 마련하시어 저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주셨으니 이 예물이 영원한 생명을 주는 성사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107(106),8-9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에게 베푸신 그 기적을. 그분은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시고, 굶주린 이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네.
<또는>
마태 5,4.6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으리라.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지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저희 모두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나누어 먹고 마시게 하셨으니 저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어 기꺼이 인류 구원에 앞장서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사람이 어디 있는지 모르시지 않는 분의 이 물음은 그가 당신 앞에 스스로 나서도록 기회를 주시려는 것 같습니다. 그를 하느님 앞에 나서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죄입니다. 원조들의 이야기는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연결해 있는 죄의 실제를 잘 보여 줍니다.
불순종이라는 태초의 죄에 연루된 세 공범은 서로에게 탓을 돌리기 바쁩니다. 사람은 여자를, 여자는 뱀을 탓하면서요. 더구나 사람은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3,12)라는 말로 하느님까지 탓합니다. 그들은 저마다 남이 자신에게 한 잘못만 말하지 자신이 한 잘못된 행동은 인식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사람과 여자의 근원적인 ‘탓’은 들어야 할 말씀을 듣지 않고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 대신 아내의 말을 듣고 여자는 남편의 말 대신 뱀의 말을 듣습니다. 무엇보다 그 열매가 먹음직스럽다고 보는 자신의 감각을 따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면서도 부끄러움을 알아 버린 인간에게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 주시고 에덴동산 밖에서 살길을 마련해 주십니다. 그래서 원조들의 이야기는 원죄로 끝나지 않고 하느님 자비로 끝납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죄는 인간의 삼중 관계를 깨뜨립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다른 인간과의 관계, 다른 피조물과의 관계입니다. 우리 삶 안에서도 발견되는 이러한 죄와 악의 고리를 선의 고리로 끊어 버리고 더 튼튼한 사랑의 고리로 인류를 연결하면서 이 삼중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노력합시다.
(국춘심 방그라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