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6주간 화요일
입당송
시편 31(30),3-4 참조
하느님, 이 몸 보호할 반석 되시고, 저를 구원할 성채 되소서. 당신은 저의 바위, 저의 성채이시니, 당신 이름 위하여 저를 이끌어 주소서.
본기도
하느님, 바르고 진실한 마음 안에 머무르시겠다고 하셨으니 저희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어 하느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6,5-8; 7,1-5.10
5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6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7 그래서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기어다니는 것들과 하늘의 새들까지 쓸어버리겠다.
내가 그것들을 만든 것이 후회스럽구나!”
8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었다.
7,1 주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가족들과 함께 방주로 들어가거라.
내가 보니 이 세대에 내 앞에서 의로운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2 정결한 짐승은 모두 수놈과 암놈으로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수놈과 암놈으로 한 쌍씩 데려가거라.
3 하늘의 새들도 수컷과 암컷으로 일곱 쌍씩 데리고 가서,
그 씨가 온 땅 위에 살아남게 하여라.
4 이제 이레가 지나면, 내가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를 내려,
내가 만든 생물을 땅에서 모두 쓸어버리겠다.”
5 노아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
10 이레가 지나자 땅에 홍수가 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29(28),1ㄱ과 2.3ㄱㄷ과 4.3ㄴ과 9ㄷ-10(◎ 11ㄴ)
◎ 주님이 당신 백성에게 강복하여 평화를 주시리라.
○ 하느님의 아들들아, 주님께 드려라. 그 이름의 영광 주님께 드려라. 거룩한 차림으로 주님께 경배하여라. ◎
○ 주님의 소리 물 위에 머무네. 주님이 넓은 물 위에 계시네. 주님의 소리는 힘차고, 주님의 소리는 장엄도 하네. ◎
○ 영광의 하느님 천둥 치시네. 그분의 성전에서 모두 외치네. “영광이여!” 주님이 큰 물 위에 앉아 계시네. 주님이 영원한 임금으로 앉으셨네. ◎
복음 환호송
요한 14,23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
◎ 알렐루야.
복음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14-21
그때에 14 제자들이 빵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
그들이 가진 빵이 배 안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
15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하고 분부하셨다.
16 그러자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렸다.
17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18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
19 내가 빵 다섯 개를 오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
빵 조각을 몇 광주리나 가득 거두었느냐?”
그들이 “열둘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0 “빵 일곱 개를 사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에는,
빵 조각을 몇 바구니나 가득 거두었느냐?”그들이 “일곱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2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제자들은 예수님의 기적을 잊고 빵을 하나밖에 가져오지 않았다는 상황에 불안을 느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 하나밖에 남지 않은 빵을 보고 자신들의 처지가 기억났을 겁니다. 매번 끼니를 거르고 배고팠던 몸의 기억 때문에 제자들은 빵이 가져올 기적의 미래보다 빵에 담긴 절망적인 과거를 먼저 떠올렸죠. 그래서 예수님의 누룩 이야기마저 빵이 없다는 것과 연결 지어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이제 예수님은 당신의 입을 통해 제자들의 불안을 끊어 낼 수 있는 희망을 다시 이야기합니다. 함께 배불리 먹고도 남았던 기억, 빵 몇 개와 물고기 몇 마리 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렸던 그 기억을 다시 이야기하십니다.
우리는 수많은 기억들을 품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과 처지라도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가는 각자의 몫입니다. 하나 남은 빵을 보고 걱정하고 불안해 했던 제자들이, 오천 명을 먹인 빵의 기적을 먼저 기억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무리 불안하고 걱정되는 처지라도 주님이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배 안에 빵은 한 개밖에 없었지만 예수님이 계셨습니다.
예물 기도
주님, 이 제사로 저희를 깨끗하고 새롭게 하시어 저희가 주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78(77),29-30 참조
그들은 실컷 먹고 배불렀네. 주님이 그들의 바람을 채워 주셨네. 그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으셨네.
<또는>
요한 3,16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천상 진미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참생명을 주는 이 양식을 언제나 갈망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누룩은 지금은 매우 작고 감추어져 있지만 나중에 큰 효과를 내는 어떤 것의 비유입니다. 작은 밀가루 반죽 속에 숨어 그 반죽을 서서히 부풀려 커다란 빵을 만드는 효모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의 누룩은 그들이 각각 대표하는 악, 곧 위선과 교만, 권력욕과 포악함 등으로, 그것들이 제자들 안에도 감추어 있지는 않는지 살피도록 경고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 말씀의 깊은 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외적인 차원에서만 빵을 이야기합니다. 배 안에 빵이 하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걱정에 붙들려서 누룩의 의미도, 조금 전에 목격한 사건 곧 예수님께서 수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의 의미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여전히 수군거리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빵의 기적을 설명하시며,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마르 8,21) 하십니다.
영성 생활에서는 일어난 일의 외적이고 일차적인 뜻보다는 숨은 의미, 영적인 의미를 알아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제자들에게는 빵 하나로 충분하였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신 생명의 빵이신 분을 배 안에 모시고 있었으니까요.
노아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것을 후회하실 만큼 죄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던 세대의 누룩이었습니다. 우리도 저마다 또는 공동체로서 가끔 불의와 악이 지배하는 듯 보이는 우리 세대의 누룩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 안에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의 누룩이 감추어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없애 버려야 합니다.
(국춘심 방그라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