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베드로 사도를 선택하시어 당신의 지상 대리자로 삼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본디 고대 로마에서 2월 22일은 가족 가운데 죽은 이를 기억하는 날이었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은 죽은 이를 기억하는 관습에 따라 4세기 무렵부터는 이날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의 무덤을 찾아 참배하였다. 이것이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의 기원이다. 그러나 6월 29일이 베드로와 바오로 두 사도를 함께 기념하는 새로운 축일로 정해지면서, 2월 22일은 베드로 사도를 교회의 최고 목자로 공경하는 축일로 남게 되었다.
입당송
루카 22,32 참조
주님이 시몬 베드로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으니, 너는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
본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베드로 사도의 신앙 고백을 반석으로 삼아 교회를 세우셨으니 어지러운 이 세상에서 교회가 흔들리지 않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인 원로>
▥ 베드로 1서의 말씀입니다.5,1-4
사랑하는 여러분,
1 나는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원로들에게 같은 원로로서,
또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이며
앞으로 나타날 영광에 동참할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2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
3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4 그러면 으뜸 목자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23(22),1-3ㄱ.3ㄴㄷ-4.5.6(◎ 1)
◎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 돋우어 주시네. ◎
○ 당신 이름 위하여, 나를 바른길로 이끌어 주시네.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 저에게 위안이 되나이다. ◎
○ 원수들 보는 앞에서 제게 상을 차려 주시고, 머리에 향유를 발라 주시니, 제 술잔 넘치도록 가득하옵니다. ◎
○ 제 한평생 모든 날에, 은총과 자애만이 따르리니, 저는 오래오래 주님 집에 사오리다. ◎
복음 환호송
마태 16,18 참조
(◎ 알렐루야.)
○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저승의 세력도 교회를 이기지 못하리라.
(◎ 알렐루야.)
복음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3-19
13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14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15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16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18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의 시작과 함께 이스라엘 각 지방을 돌아다니시면서 구원사업을 행하셨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예수님이 도대체 누구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듯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입니다. 세례자 요한, 혹은 구약에 나오는 유명한 인물들을 거론하면서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해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물론 이 질문이 일차적으로는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을 향한 질문이지만 또한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를 향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예수님에 대한 논의는 교회 안팎에서 끊임없이 이어졌고, 또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물론 우리 모두가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의 응답처럼 교회에서 제시하는 명확한 해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매 순간 이 질문을 하고 계시고, 우리는 저마다 삶의 모습으로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이 질문은 단순히 교리나 신학에서 제시하는 해답을 말해 달라는 것이 아닐 겁니다. 지금 내 앞에 살아 숨쉬고 있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자신의 존재 자체를 통해 응답해 나가야 하는 질문입니다.
예물 기도
주님, 교회가 바치는 기도와 제물을 받아들이시어 목자인 베드로 사도의 인도로 저희가 신앙을 온전히 보존하고 영원한 상속을 받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사도 감사송 1 : 하느님 백성의 목자인 사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영원한 목자이신 아버지께서는 양 떼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끊임없이 보호하며 지켜 주시려고 복된 사도들을 목자로 세우시어 성자를 대리하여 양 떼를 다스리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마태 16,16.18 참조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이 이르셨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저희가 복된 베드로 사도의 축일을 지내며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셨으니 이 구원의 잔치가 저희에게 일치와 평화의 성사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예수님께서는 특별히 사랑하시던 제자도, 첫눈에 거짓 없다고 칭찬하시던 제자도, 독립운동에 투신하던 제자도 아닌 어부 출신의 단순하고 우직하며 열정적인 베드로에게 교회를 맡기십니다. 오늘 복음은 그 이유를 그리스도에 대한 그의 뚜렷하고 분명한 신앙 고백에서 찾는데, 예수님께서는 그 신앙이 바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가르침을 받은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의 직무 수행에는 지식이나 인간적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께 이끌리는 신앙이 무엇보다 먼저 요구됩니다. 그래서 지금도 교회에는 사목의 큰 책임을 맡는 사람에게 먼저 신앙 고백을 요구하는 전통이 이어져 옵니다.
이미 초세기 교부들이 인정하고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선언하였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확인한 교황의 수위권은 하느님 백성의 ‘친교’인 교회 일치의 중심이자 주교단의 머리로서 가지는 권한입니다. 교황께서 국제 사회에서 바티칸 시국의 수반이시기는 하지만 베드로에게서 이어받은 직무는 행정이나 조직 운영, 또는 정치를 위한 것이 아니며 본질적으로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일 곧 사목을 위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당신을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교회의 본당 사제요 로마의 주교라고 즐겨 부르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자신을 바로 그러한 목자로서 그리스도의 ‘고난의 증인’, 그분의 영광에 참여할 사람으로 소개하고, 다른 목자들에게 자진해서, 열성으로, 모범으로 양 떼를 치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회 안에서 공동체를 돌보는 임무를 맡은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들을 위하여, 특히 교황님을 위하여 오늘 더 기도합시다.
(국춘심 방그라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