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7주간 목요일
복음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41-5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42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43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4)
45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6)
47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8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49 모두 불 소금에 절여질 것이다.
50 소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느냐?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죄와 불의에 대한 단호한 심판은 필요합니다. 심판이 명확하고 분명할수록 우리는 정의를 이루었다는 얼마간의 만족감을 느낄 테지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십니다. 손과 발과 눈이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과감히 잘라 버리라는 다소 차가운 말씀에 긴장감마저 맴도는 복음입니다.
죄와 불의를 끊어 내는 것으로 정의를 이루었다는 관점은 스스로 죄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윤리-도덕적 신념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 신념은 세상을 흑과 백, 선과 악으로만 바라보는 이원론적 배타성을 지닐 위험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가령, ‘너는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 해’라는 비판의 끝이 죄인의 ‘내일’을 무참히 삭제하고 자신의 비판에 대한 정당성에 취해 있을 경우가 그러합니다. 예수님께서 죄와 불의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신 것은 의인만을 위한 나라를 꿈꾸기 때문이 아닙니다. 죄인이 돌아와 회개하길 바라는 초대가 복음이 지향하는 하느님 나라의 자비와 은총입니다. 오늘 복음은 의인이 더욱 의롭게 살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쓰여진 게 아니라, 스스로 의인이라 자처하며 작은 이, 버림받은 이, 나에게 못마땅한 이를 죄짓게 하는 자들의 배타적 정의감을 비판하는 관점에서 쓰여졌습니다.
하느님 앞에 우리 모두는 부족하고 부족하니 이런저런 실수를 저지릅니다. 서로를 향해 용서와 자비를 베푸는 것으로 우리의 비판은 죄인의 ‘내일’을 꿈꾸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행여 다른 이를 심판하며 단절과 외면의 삶으로 저 혼자 홀로 의롭다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