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사순 제3주간 목요일
복음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4-23
그때에 14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마귀가 나가자 말을 못하는 이가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군중이 놀라워하였다.
15 그러나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다.
16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17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18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한다.
19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20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21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22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23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예수님은 왜 더러운 영과 마귀를 쫓아내실까요? 대개의 경우, 하느님 나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표징적 사건으로 치유나 구마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회개’를 전제로 찾아나서는 나라입니다. 회개를 윤리 도덕적 뉘우침 정도의 소극적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됩니다. 회개, 곧 메타노이아(μετ?νοια)는 서로를 향해 돌아서거나 나아가는 적극적 행동을 가리킵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나가 다른 하나를 업신여겨 제 신념이나 사상을 기어이 지켜 내는 이들에겐 어울리지 않습니다. 예수께서 더러운 영과 마귀를 쫓아내는 것은 그들이 짓누르는 한 사람을 제 모습대로, 온전히 회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무언가를 없애고 주어지는 나의 승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서로가 달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그 자리가 회개를 위한 하느님 나라의 시작입니다.